쾌속정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강행군 때문이었는지 장인,장모님께선 다소 지치신 가운데 호텔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실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와 아내는 탈린의 첫날밤 단둘이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일단 호텔 근처에 탈린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는 쉐프 레스토랑이 있다고 해서 저녁식사를 위해 발길을 옮겼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스타 쉐프가 운영하는 'Moon'이라는 식당인데 도심지와는 좀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석이더군요. 저녁 식사 예약을 안해서 식사를 못할 줄 알았는데 마침 취소된 예약이 있다고 운좋게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Oh~ so lucky!!!
모던한 인테리어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식당 분위기에 마나님도 완전 좋아하네요. ^0^ 스텝들도 매우 친절하고 영어도 잘 통했기에 메뉴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추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등장한 식전빵~ 이미 저녁 9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 뭘 먹어도 맛있을 거 같았지만 이건 객관적으로도 맛있었습니다.
시원한 물 한잔으로 목을 먼저 축이고 본격적으로 식사 준비!
에피타이져는 오븐에 익힌 염소 치즈에 연어와 허브를 얻은 셀러드가 준비되었습니다. 재료가 상당히 신선하고 치즈와 허브의 조화가 환상적이었습니다. 아, 또 먹고 싶네요. *_*
에피타이져에 이어 등장한 메인디쉬들. 진정 여행의 행복 중 하나는 이국적이고 맛있는 음식입니다.
제 메인은 로즈마리 와인 소스를 얻은 양고기 스테이크로 으깬 감자와 토마토 셀러드가 겉들여 나왔습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며 좋은 향을 퍼뜨리는 순간 황홀경에 빠지게 되더군요.
그리고 아내의 메인은 연어 파이인데 절인 야채와 구운 비트와 서양 고추냉이가 함께 나와 바다의 맛과 초원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음식이었습니다. 역시 very good!!
디져트로는 유기농 과일 아이스크림이 나왔는데 이 모든 메뉴가 한국돈으로 5만원도 안해서 아주 만족스럽더군요.
혹시나 에스토니아에 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식당입니다. 트립어드바이져에서도 4.5 이상의 점수를 받고 있는 수준있는 식당입니다.
저녁 식사 후 다시 던젼(?)으로 입장!
분명 아까 왔던 곳인데 야경 경치라 그런지 달라보이는 탈린 구시가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 이 때가 11시가 다 되었을 때입니다. 5월에도 다소 춥고 해가 오래가는 신기한 곳!
거리의 간판들이 작지만 개성적이라 도시와 잘 어울리더군요.
이 시간 우리나라 도심가는 네온싸인이 번쩍이는 불야성일텐데 여행객들이 옹기종기 돌아다니긴해도 전체적으론 차분한 분위기네요.
밤에 다시 찾아온 구시가지 탈린 시청의 느낌은 또 다르더군요. 아..멋져부려 *_*
12시가 넘어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 에스토니아 탈린의 치안은 밤중에 걸어다녀도 안전한 듯 합니다.
이윽고 에스토니아에서의 둘째 날 아침. 다행히 부모님들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시고 피로를 푸신 듯 합니다.
일마린 호텔의 조식은 수수하지만 부족하지 않은 그야말로 알찬 메뉴였습니다.
둘째 날 여행코스는 탈린 성벽 트래킹 코스입니다. 에스토니아 탈린 구시가지는 옛날 서울과 같이 도성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대부분의 성벽이 없어진 서울과는 달리 탈린은 옛 유산들을 잘 간직하여 그 자체로 관광자원으로 써먹고 있더군요. 왠지 부럽더라는.. T.T
요런 식으로 도시를 감싸는 성벽을 따라 걷는 코스입니다. 아침 조깅으로도 좋은 코스이지요.
곳곳에 망루에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는데 중간에 자물쇠로 닫힌 문들이 있어 실제로 정상에는 올라갈 수는 없더군요.
성벽 밖은 이런 풍경입니다.
마나님과 잘 어울리는 연두색 비틀~
동쪽 성벽 아래엔 이렇게 노점상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하고자 오픈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동쪽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양쪽 건물을 요런 희안한 지붕이 있는 골목이 나오는데 탈린에서도 유명한 길드 장인의 거리인 'St. Catherine's passage'라는 곳입니다. 14세기 중세시대 장인들의 워크샵이 모여있던 이곳은 지금도 유리 공예, 보석 세공, 모자, 도자기, 퀼트 등을 제작하는 장인들이 모여 작업을 하는 곳인데 관광객들이 장인들의 작업 현장을 구경할 수 있어 탈린 관광의 인기있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네요.
리오네 식구도 유리 그릇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이날이 '노동자의 날'이라 다른 가게들은 아쉽게도 모두 휴업 중인 상태였습니다. 이런.. T.T
그래도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맡으며 중세 분위기 거리를 거닐다보니 모두 즐거워해주시네요.
특히 아내는 장인, 장모님을 세심하게 잘 챙겨주어서 제 수고를 덜어주었는데 아무리봐도 참 착하고 사랑스러운 단짝입니다.
골목을 나오니 성벽 아래 상점들은 어느새 북적북적~
다시금 구시가지 한복판에 도착했는데 올드 한자 야외석에 중세 복장을 한 아줌마가 큰소리로 손님들을 불러모읍니다.
'우리 가게가 방금 오픈했는데 지금 들어오면 웰컴 드링크를 공짜로 줄께!!, 어여들 드루와~!!'
장인 어른께 해석을 해드리자 어제 이 식당 분위기가 맘에 드셨는지 다시 가보자고 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중세에서 온 아줌마와 기념샷도 빼놓을 수 없지요.
어제에 이어 허니 비어와 함께 안주를 시켜봤는데 이집에서 역시 내노라 하는 순록 육포랍니다. 허니 비어 자체만으로도 황홀한데 이거 너무 맛있어서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올드한자를 박차고 나올 수 있던 것은 장인 어른께서 장모님에게 칠순 선물로 호박 보석을 사주시겠다고 공언하셨기 때문이지요. 발트해가 예전에는 숲이었는데 바다가 되면서 바다 아래 호박들이 엄청 생기게 되어 에스토니아의 특산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장모님께서 제일 좋아하시는 보석이 호박인데 한국에서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진귀한 호박 목걸이를 구입할 수 잇게 되어 환하게 웃어주시네요. 네.. 암요. 득템은 언제나 좋은 겁니다. *^0^*
호박 목걸이 및 탈린에서의 간단한 기념품 쇼핑 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덴마크 왕의 정원이었습니다.
한때는 덴마크가 바다 건너 발트해까지 왔었나보군요.
웅장한 St. Michael's curch를 지나 이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여긴 루터교 교회인데 진짜 쬐그마한 탈린 구시가지에 종파별 교회들이 다 모여있는 듯 합니다.
시내 한바퀴를 뺑 돌아 드디어 숙소에 도착.
배 시간이 조금 남아 호텔에서 먹었던 간식.
그리고 에스토니아 탈린을 뒤로하고 페리는 떠납니다. 바이바이 에스토니아 탈린!
-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기 1탄 보기: http://blog.daum.net/lioblanc/80
에스토니아 여행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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