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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story

구름 위 작은 공화국 산마리노 여행을 추억하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 중 방문할 수 있었던 산마리노 공화국.

 단 하루의 여행이긴 했지만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곳이었기에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바티칸, 모나코에 이어 유럽에서 3번째로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지만(서울의 10분의 1정도 크기) 4세기로부터 시작된 전통있는 역사와 1인당 GDP가 4만 9천불로 세계 13위를 랭크하고 있는 나라. (우리나라는 2만 8천불로 31위) 이렇게 작은 나라가 유럽 대륙 한가운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탈리아 동부 평원에 우뚝 솟은 티타노 산에 그 거점을 마련했기 때문이랍니다. 739m의 고지에 성곽으로 둘러쌓인 중세풍의 공화국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꼭 방문하리라 벼르고 있었지요.  

 

 2주 간의 이탈리아 여행 일정 중 9일 째가 되는 날... 드디어 산마리노로 가기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볼로냐에서 아침 기차로 도착한 곳은 산마리노 여행이 시작되는 리미니. 이탈리아 동부 해안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도시이지요.

 

 각국의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듯한 곳이였는데도 한국인은 커녕 아시아 사람은 한 명도 없더군요. 게다가 역사 앞에는 눈풀린 흑형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기에 재빨리 인증샷을 찍고 이동했습니다.

 

 리미니 역사 앞 풍경. 조용하고 여유로운 전형적인 이탈리아 지방 휴양 도시의 분위기였습니다. 보이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건너가면 산마리노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나오는데 버스 요금은 4유로구요.

 

 이윽고 정류장을 뒤로 하고 출발하는 버스. 가는 중에 산마리노를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는데 이탈리아어, 영어, 러시아어 순으로 나와서 왠 러시아어(?)라고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버스 안 승객들을 보니 러시아 여행객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대략 1/3은 러시아 사람들~ 

 

 버스로 이동하는 중 산마리노 지도를 열심히 공부하는 중~☆ 가파른 산위에 위치한 나라이기에 도로가 지그재그로 계속 올라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가파른 길을 오르기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케이블카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흔한 이탈리아의 유적. 유구한 역사의 흔적들이 현대 사회와 공존하는 이탈리아는 어딜가나 멋스럽지요.

 

 버스에서 내리니 상쾌한 산바람과 함께 나를 반겨주었던 탁트인 풍경.

 Wow~! 이탈리아의 포도농장, 올리브 농장이 평원과 언덕 위에 펼쳐져 있는데 마치 하늘 나라에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도착하니 어느새 점심 시간이라 버스 정류장 근처 페스트 푸드 레스토랑에서 라자냐와 스파게티를 시켰습니다.  

 

 버스의 동승객들은 다들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향하는 분위기였지만 저희는 식비를 절약하는 대신 좋은 기념품을 득템하기로 했지요.

 하지만 이곳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고 사람도 없어 조용한 데다가 창밖의 멋진 풍경이 식사의 풍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식당 창가로 보이는 중세풍의 산마리노 교회.

 

 에너지를 충전하고 본격적으로 산마리노 시내를 걸어봅니다. 요렇게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중세 건물 사이의 골목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더군요.

 

 골목을 걷다가 올려 본 5월의 하늘.. 이 날 햇살이 눈부실 정도로 날씨가 좋았습니다.

 

 산마리노를 상징하는 3개의 탑이 그려진 문장을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요.

 

 산마리노를 찾는 여행자라면 대부분 지나게되는 메인 게이트입니다.

 

 중세 시대였더라면 전쟁에서 승리한 기사단이 개선 행진을 하며 성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연출되던 곳이였겠네요.

 

 게이트를 지나 조금 더 걸어오면 산마리노의 명물 중 하나인 석궁 경기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마리노의 주요 축제 중 하나인 '중세의 날'에는 이곳에서 산마리노 국가대표들과 이탈리아 주변 마을 대표들이 함께 석궁 대회를 벌인다고 하는데 그 인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살짝만 올라왔는데도 성벽 너머로는 성 아래 산마리노의 주택들과 저 멀리 아드리아 해까지 보이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올라가는 곳곳마다 여행자들에게 평안을 주는 조각상들이 있었고요~

 

 산마리노의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예전에는 갑옷 가게, 대장간, 푸줏간등이 있었을 법한 상가들이 지금은 산마리노 기념품, 와인, 명품 가방과 시계들을 진열해 놓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산마리노는 면세국가이기 때문에 와인이나 생필품들을 좀 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이탈리아 사람들도 많이 들른다고 하네요.   

 

 아담하지만 다부진 산마리노의 정부청사 앞에서의 인증샷.

 

 햇빛에 눈이 부셨지만 오르는 내내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주어서 성큼성큼 잘 올라갈 수 있었지요.

 

 산마리노 국립 박물관. 들어갈까 망설이다가 시간도 없고 러시아 고등학생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것을 보고 먼저 산 위의 성채를 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위로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아직 5월이었지만 하늘과 좀 더 가까워진 곳에서 햇볕을 맞고 등산을 하니 덥고 목이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잠깐 휴식~☆

 

 성곽 지역으로 들어가기 전 줄서 있던 상점들의 모습. 자유롭게 구경해도 별로 눈치 안주고 셜명히 필요할 때 친절한 웃음으로 안내해주시던 산마리노 상인들의 모습에서 여유와 진심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산마리노 일정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개의 탑을 만날 수 있는 티타노 산 꼭대기 부분에 도착!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날 산마리노를 여행하는 관광객들 중 동양인은 우리 커플밖에 없는 듯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간간히 '얘들은 왜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신기한 눈빛을 감지할 수 있었답니다. 'Are you Japanese?'라고 묻는 주민들을 보니 일본 사람도 가끔은 오는 듯 했고요.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낮선 관광지를 방문했다는 생각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왜냐면 시원한 산바람을 음미하면서 이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으니까요!! 

 

 산마리노는 티타노 산 위의 3개의 봉우리 위에 각각 요새 및 감시탑 역할을 하는 탑을 건설하여 외적으로부터의 침략을 방어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곳이 산마리노 관광명소가 되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외화벌이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 애들은 참 조상복을 타고난 거 같아요. *^-^* 간판에는 첫번째 탑인 구아이타 요새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네요.  

 

 첫번째 탑인 구아이타 요새로 들어가는 길에는 탑들을 관람하기 위한 표를 파는 매표소가 자리잡고 있는데 입장료는 인당 4유로입니다.  

 

 본격적으로 구아이타 요새의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 적병이 쳐들어 온다는 신호에 신속하게 무장을 하고 성벽 위로 뛰어오르는 중세시대 병사들을 상상할 수 있는 곳이더군요.  

 

 두둥~ 드디어 구아이타 요새의 감시탑까지 올라왔습니다. 저 뒤에는 산마리노 정상 성곽의 두번째 탑인 Cesta가 보이네요. 

 

 산꼭대기에 위치한 Cesta 탑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티타노 산. 숨이 멈출 듯한 장관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다가 이런 멋진 장면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되더군요. 

 

 해발 755m의 높이에 이런 요새를 첫 번째 탑의 경우 11세기에 그리고 사진에 보이는 Cesta의 경우 15세기에 건설했다고 하니 산마리노 인들의 저력과 자유에로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탑의 망루에서 두번째 탑을 배경으로 이런 재미난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 구도를 발견하고 당시 너무 신났던거 같아요.

 

 첫번째 탑의 감시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생각보다 난이도 높은 나무 사다리들을 올라가야하는데 우리 마나님은 구두를 신고도 꿋꿋히 잘 올라와주어서 대견했습니다. 그래도 운동화 착용을 강추합니다.

 

 Guaita 요새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성벽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귀여운 도마뱀~♡

 

 각 산봉우리 위에 3개의 탑으로 된 요새가 있다면 탑 사이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성벽이 둘러싸여져 있고 그 아래에 제가 올라왔던 산마리노 마을이 아늑하게 보호를 받고 있는 형태였습니다. 이런 천혜의 요새이다보니 작은 나라라도 충분히 주권을 유지하며 외적의 침략을 방어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자~ 그럼 이제 두번째 탑인 Cesta를 향해 가볼까요?

 

 우리 아내도 상상한 것보다 멋진 풍경을 보며 저에게 행복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_♡ 

 

 성벽에서의 기념 사진~

 

 Cesta에 도착할 즈음 뒤를 돌아보니 Guaita의 아름다운 자태가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아... 완전 멋지지 않나요?!

 전 이 사진을 제 스마트폰 배경으로 쓰고 있지요. *^-^*

 

 옛날 아래에 있는 이탈리아 영주들은 이 성을 공략하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했을 거예요.

 

 산마리노 건국의 시조가 되는 '성 마리누스'가 301년에 로마 황제의 기독교 박해를 피해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에도 이곳에서라면 종교의 자유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겠다고 믿을 수 있었을겁니다.  

 

 지금은 중세 무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두번째 탑, Cesta의 당당한 자태~♨

 

 그. 런. 데... 오후 4시 였던가. 관람시간이 종료되었다고 성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T.T

 저희가 너무 첫번째 탑에서 신나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던 것이지요. 티켓은 3번째 탑까지 갈 수 있었는데..OTL

 

 무지막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성 아래 상점가로 내려오는 길. 기념품을 사려고 가게 안에 들어섰는데 산속 요정들을 모티브로 한 귀요미 수제 인형들이 가득하더군요.

 

 '하나 업어올까?!'하는 지름신이 강림하는 듯 했지만 가격이 그야말로 깡패 수준이라 고민 끝에 포기하고 소소한 산마리노 도자기들과 장식품들을 저렴하게 업어왔습니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다시 찍어 본 풍경. 

 

 산마리노 성곽 지역에는 신호등이 없고 대신 교통 경찰이 수신호로 차량과 보행자들을 안내하는데, 이것 또한 명물이 되어 오가는 관광객들의 사진기 셔터를 누르게 하더라고요. 장신에 떡벌어진 어깨 그리고 간지나는 선글라스를 장착한 교통 경찰 아저씨는 포스는 터미네이터인데 우아하면서도 절도있는 수신호로 이런 업무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완전 멋지심!!! 

 

 산마리노에서 리미니로 돌아가는 버스 스케줄. 7시 15분 막차를 놓치면 여기 산마리노에서 자고 가야 합니다.

 

 저는 6시 리미니행 버스를 타고 저녁 늦게 볼로냐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요. 산마리노는 이탈리아 여행 여정 중 손꼽을 만한 멋진 곳이라고 자부합니다.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하며 Cheers!

 

 산마리노 여행기 끝!

 

 P.S. 이탈리아 여행 9일째 여정 (산마리노)

 

 최근 제가 올리고 있는 글들이 루리웹에서 연속 히트를 치고 있네요. 이번에도 베스트 글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념으로 산마리노 티타노 산에서 바라본 풍경을 동영상으로 추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