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유명한 도시, 오타루를 향해 아침 일찍 삿포로 역을 나선 리오 부부.
관광객들이 가득한 오타루행 열차 내에 술에 쩔어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친한 척하던 민폐쩌는 취객만 없었으면 해안선을 따라 멋진 풍경을 보여주던 오타루행 코스는 아주 로맨틱했을 겁니다. (일본 여행 중 아주 예외적인 풍경이었다는...) 암튼 삿포로 역을 출발하여 1시간 남짓한 시간이면 오타루 역으로 이동할 수 있지요. ^.^;;
오타루 역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호텔 도미인을 오타루 일정과 함께하는 숙소로 정했답니다.
채크인이 오후 3시부터라 로비에서 썬크림을 바르고 외출준비를 하는 중.
오타루는 그리 규모가 큰 도시가 아니지만 예전 도시 개척 시절 유산들을 보존하여 낭만이 가득한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재미있는 도시더군요.
호텔에서 대로를 따라 조금만 동쪽으로 걷다보면 홋카이도 최초의 철도로 부설된 옛 국철 데미야선 철로를 만날 수 있답니다. 지금은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이 장소를 예쁘게 꾸며놓아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철로 위에서 맘껏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을 수 있지요.
남쪽 운하 쪽으로 걷다보면 심심치 않게 인력거 드라이버들이 호객행위를 위해 접근하는데 가격이 꽤 비싼 편이므로 저희는 과감히 패스합니다.
게다가 오타루 거리는 유럽 복고풍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어 산책을 하며 도시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그렇게 한 15분 정도 걷다보면 오타루의 대표 명소인 운하가 나타납니다.
홋카이도 개척 시대 때에는 갖가지 물류들을 싣고 온 배들이 내륙 창고까지 운하를 통해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해안 쪽에 현대식 항구가 들어서면서 이 곳은 옛 추억을 머금고 있는 관광지가 되었답니다. 이 운하 역시 한때 매립 후 상업용 대지로 사용하려는 계획이 있었으나 이를 보존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오늘날까지 운하의 도시로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잔잔하게 흐르는 오타루 운하의 물결은 한 폭의 그림이 되더군요.
단체 관광객들을 태우고 왔다갔다 하는 거룻배와 함께 운하를 이용하는 일반 배들도 종종 보이더군요.
운하 옆 산책로에는 거리 화가나 연주자들이 낭만적인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고요.
한 때 물류창고로 사용되던 창고들은 이젠 최고급 레스토랑들이 되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있던 중 아내가 불러 뒤돌아 보는 리오. ^0^
운하 오른쪽 끝 길 건너 편에는 음식점, 상점, 주점들이 모여있는 오타루 데누키코지가 있습니다.
데누키코지의 장점 중 하나는 공짜로 운하 경치를 바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는 것!
데누키코지 안쪽은 작은 동네처럼 골목길을 따라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이곳에서 목마른 리오는 옹달샘을 찾았으니... 산타의 수염이라는 아이스크림 집!
이곳의 대표 메뉴인 산타의 수염을 주문해보았습니다.
잘익은 멜론 반토막 위에 홋카이도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풍부하게 올린 자태! 사진을 보니 군침이 도네요. 츄릅.. ^ㅠ^
오타루 운하와 함께 관광객들로 붐볐던 사카이마치도리. 수많은 카페, 유리 공방, 음식점들이 줄지어 서있는 이 곳은 인사동과 월미도의 중간 정도 느낌이 나더군요.
사카이마치도리 길 거리엔 이렇게 풍경들이 걸려있어 걷다보면 딸랑딸랑 청아한 소리가 보행자들의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간식거리를 파는 가게들 중 마나님의 취향을 반영한 녹차 제품 가게에 입장.
300엔 짜리 녹차 찹쌀떡 한 컵을 사먹었습니다. 진한 녹차향이 느껴지고 맛있긴한데 숨을 잘못 쉬면 녹차가루가 기도에 난입하게 됩니다. ^-^;;
이번엔 제 취향에 맞춰 가게 하나에 들어갑니다.
전국시대 매니아들을 위한 무장관이라는 가게인데 들어가자마자 요런 사진 촬영장이 있네요.
500엔에 간편하게 전국시대 무장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망설임없이 고고~!
하지만 결의에 찬 표정을 지을 수 없어.. OTL
이곳엔 전국시대 덕후들이 좋아할만한 상품들이 가득했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광팬인 리오는 수건 하나 사려고 했지만 과감하게 아내에게 기각 당하고 맙니다. T.T
홋카이도 뿐 아니라 일본에서 고급 디져트로 유명하다는 롯카테이 본사도 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에게 이 곳 2층은 정말 괜찮은 장소더군요.
저는 롯카테이 쿠키와 생크림빵을 215엔을 주고 구입했는데 커피가 공짜!! 그리고 에어컨 바람에 시원하고 넉넉한 휴식 공간이 제공됩니다.
또한 앉아서 커피와 디져트를 즐기는 동안 롯카데이의 역사에 관련된 자료들과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어있어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삿포로와 마찬가지로 오타루도 여름 축제가 진행 중이라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네들도 많이 있었는데요.
흥겨운 오타루 마쓰리 분위기를 담아보고자 사진도 한 장 찍어봅니다.
그렇게 즐기며 걷다보니 어느새 사카이마치도리 끝자락에 도착했네요. 뒤로 보이는 건물은 오르골 박물관.
박물관 앞에는 증기로 움직이는 고품스러운 시계탑이 서있답니다.
안에 들어오니 대륙의 형제, 자매들이 그득하네요. 시끌시끌~
아기자기 예쁜 오르골들이 영롱한 소리를 내며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공략하고 있더군요.
우리 부부를 닮은 벽결이용 부엉이 오르골을 살까 고민 중..
하지만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작은 벽걸이용 오르골을 구입하려는 찰나.. 연애 시절 제가 아내에게 선물로 사주었던 오르골 하나가 수년째 처박혀있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그냥 밥이나 먹으러 가요~♡'
이 건물 상층부엔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오르골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더군요. 나름 신박했던 주크박스형 오르골.
고급형 수제 오르골의 가격은 65,000엔 정도부터 시작(!)됩니다.
점심식사는 우연히 검색 중 일본 현지 야후!블로거의 격찬을 받은 스시집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오타루 주요 관광지와는 거리가 좀 있는 주거 지역에 숨어있는 가게로 '미요후쿠'라는 곳입니다.
+구글 지도 주소: 2 Chome-13-16 Inaho, Otaru, Hokkaido Prefecture
오타루가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되었을 정도로 초밥으로 유명한 곳이고 스시 거리라고 불리우는 스시오도리를 따라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지만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관광객들이 아닌 오타루 현지인들이 애착을 가지고 방문하는 가성비 최고의 초밥집이라는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스시오도리의 왠만한 가게에서 초밥 세트를 주문하면 3~4천엔은 넘는데 이곳은 특등급 스시세트가 1,900엔!!!
허름한 가게 안엔 이미 동네 손님들로 꽉 찬 상태였고 다행이 한 구석에 2인 자리가 있어 우리 부부도 자리에 앉습니다.
나이 지긋한 쉐프에게 특등 스시 세트를 주문하니 제 앞에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시네요.
벽에는 특이한 명패들이 걸려있고 한쪽에선 틀어놓은 TV에서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는데 편한 분위기가 부담없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 닷찌 앞에 올려진 모듬 초밥 세트! 윤기가 반질반질 먹음직 합니다.
초밥 하나를 들어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적절하게 어울려진 싱싱한 스시 한 조각이 저를 오타루 푸른 바다 속 향연으로 초대하더군요. 그야말로 대박 맛있는 초밥!!!
오타루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이 가게를 적극 추천합니다.
너무 맛있어서 입에 넣기 아쉬웟던 마지막 초밥 하나를 집기 전 한 컷!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마치고 지나게 된 미야코도리 상점가. 삿포로의 아케이드보단 규모도 작고 인적도 드문 한적한 분위기더군요.
이곳에서 카페 하나를 발견하여 커피를 마셨는데 흡연 가능한 곳인지 담배냄새도 나고 벽 한쪽 책장에는 만화책들이 꽃혀있고 왠지 예전 다방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이 동네 어르신들 놀러 오시는 곳이라 잠정 결론.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어 호텔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옵니다. 삿포로 호텔에 비해 공간이 넉넉해서 맘에 드네요.
방에서 잠깐 쉬고 다시 오타루 관광에 나서는 리오 부부.
이번에는 주요 관광지가 아닌 오타루 시내에 위치한 신사를 찾아가봅니다.
가이진 언덕 위에 있는 '스미덴구' 특별할 것 없는 이 신사를 보러 굳이 힘들게 언덕을 올라가냐고 아내가 투덜거렸지만...
이곳에 올라오면 오타루 동쪽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전이 제공됩니다. (하지만 마나님은 여전히 불평 중..T.T)
다시 오타루 시내로 내려오니 오르골 박물관이 있는 메르헨 거리는 어느새 여름 축제 공연장으로 변신해있네요.
흥겨운 연주와 함께 여기저기 꼬치 굽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옵니다.
오타루의 또 다른 유명 디져트 카페인 르타오 앞을 왔다갔다 지나갈 때마다 이 가게에서 유명한 피라미드 모양 쵸콜렛을 건네주어 3~4개는 먹었네요.
사카이마치도리 상점가에 위치한 르타오 본관과 현대적으로 꾸며진 카페.
갈증을 달래기 위해 커피를 주문하면서 함게 구입한 에그타르트와 롤케익.
오타루 여행 중 르타오 디져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라 생각될 정도로 맛있네요.
아까 먹었던 초밥이 맛있었는지 마나님께서 저녁 식사도 초밥이 좋겠다고 합니다.
길을 걷다보니 상당히 케쥬얼한 스시집이 있어 들어갔는데 아내는 다다키 초밥 세트를 주문했네요. 이것 또한 존맛!
저는 일반 초밥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괜찮긴 한데 만족도는 점심으로 먹은 '미요후쿠' 스시가 훨씬 높더군요.
자갸, 하나 줄까?
스시 가게 옆에 이자카야도 붙어있어 닭꼬치도 주문합니다. 닭꼬치는 진짜 어딜가나 왠만하면 성공! 맛있었어요!!!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이 되었던 오타루.. 저녁에도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되더군요.
특히 가스등이 서있는 운하 산책길을 걷다보면 영화 한 장면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운하 옆 레스토랑 창가를 통해서는 음악에 맞춰 플라멩고 춤을 추는 무희들의 우아한 동작들이 보여지고 어둠이 깔린 물길 위를 유유히 지나는 조각배가 완벽한 세트장을 만들어 주더군요.
한참 돌아다녀도 덥지 않고 시원한 날씨!!!
오타루 야경에 취해 호텔로 돌아가는 길...
호텔에 도착 후 저녁 11시까지 투숙객들에게 제공되는 라멘을 먹으러 왔습니다.
오호~ 이것이 무려 공짜라니~ 시원한 국물 맛에 쫄깃한 면발이 꽤나 만족스럽더군요.
방에 들어와 TV를 켜니 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이 방영 중이라 편의점에서 사온 삿포로 클래식과 갈비 포테이토 칩을 꺼내 심야 응원전을 펼칩니다.
접전 끝 한국팀의 승리를 일본에서 만끽하니 왠지 더 기분이 좋더군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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