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보다 강렬한 무더위로 지쳐가던 8월 초. 리오 부부는 더위를 피해 저 멀리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北海島)로 휴가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탑승장에서 바라본 제주항공 비행기는 태양의 후예 방영 이후 버프를 받고 있는 송중기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더군요.
가까운 일본 여행에는 저가 항공사가 제격이라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제주항공 티켓을 끊었는데...
여름 휴가 성수기라 무려 인당 48만원의 고비용 지출에 더해 2시간 전 체크인을 했음에도 같이 앉지 못하는 좌석을 배정 받았습니다. 그래도 휴가 떠나는 길이라 우리 부부는 싱글벙글 모드!
게다가 예전 오사카나 나고야 여행의 경우 비행 시간이 1시간 남짓이라 냉수만 제공하는 제주항공 이용이 큰 불만이 없었는데 삿포로까지의 비행 시간은 3시간이 넘어가는 이유로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선 후 식량 공급이 끊겼던 리오는 삿포로 치토세 공항에 도착하니 저혈당 상태가 되었습니다. 영혼이 빠져나가는 무기력함을 느끼던 그 순간, 치토세 공항 푸드코트에서 홋카이도 특산품 중 하나인 Le Tao가 눈 앞에 딱!! 에그 타르트 주제에 하나에 324엔이나 하지만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열게 되더군요.
Le Tao 에그타르트와 함께 구입한 홋카이도 우유로 만든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얌얌~☆ 배고팠을 때 먹었던 음식들이라 그야말로 둘 다 천상의 맛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은 300엔~ 도착 직후부터 지갑이 속속 털리고 있네요.
자~ 허기를 채웠으니 공항열차를 타고 삿포로 시내로 고고!
삿포로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파(APA) 호텔. 특이하게 로비가 건물 6층에 위치해있고 7층 부터 10층까지를 객실로 사용하는 곳이었습니다. 숙박 비는 일박 당 12만원 정도.
방에 들어오니 침대 위에 예쁜 학 두 마리가 우리를 반겨주더군요.
전형적인 일본 비즈니스 호텔답게 방이며 욕실이며 상당히 컴팩트한 구조이지만 깨끗하고 갖출 건 다 있어서 머무는 동안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침 8시 30분에 집을 떠난 후 체크인까지 마치지 어느 새 저녁 6시... 일단 저녁 식사를 위해 루리웹 여행 게시물에서 추천했던 라멘집을 찾았습니다.
'라멘 구아나'라는 가게인데 배고픈 상황에서 숙소랑 1~2분 거리라 아주 좋더군요.
삿포로하면 미소라멘이라 들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미소라멘과 교자를 주문했네요.
단촐하지만 깔끔한 매장 내부.
바 건너 편 주방에서 열심히 조리 중인 요리사. 그 위엔 '우리 가게는 라멘맛을 이렇게 낸다'는 설명이 자랑스레 붙어 있더군요.
진한 된장 맛이 담백하면서 짭짤하게 전달되는 일본 현지 라멘 맛! 면발도 적당히 쫄깃하고 국물도 진한 것이 아주 맛있었습니다.
이어 등장한 교자.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머니께서 주방 한 쪽에서 열심히 구워 조리하시더군요.
라멘에 못지않게 요 녀석도 아주 훌륭하더군요. 바삭한 만두피를 한입 물면 육즙과 함께 풍부한 고기와 야채가 터져 나옵니다. 얌얌~!
메뉴들이 조금은 느끼했던지 김치를 주문해달라는 아내의 민원을 접수 후 메뉴에 있던 백김치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소금간만 들어 간 김치 한 접시가 무려 216엔... 사이드 디쉬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만큼 관대한 곳이 없는 듯 합니다. T.T
아주 만족스럽게 라멘과 교자를 클리어하고 본격적으로 삿포로 시내 관광에 나섭니다.
1990년 개점하여 26년 차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라멘 구아나'의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글 지도 검색창에 입력하면 바로 위치가 뜨네요.)
札幌市中央区北2条西2丁目 不二家岡本ビル1F
라멘집에서 한 블럭 걸어가면 만날 수 있었던 삿포로 시계탑.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시계탑이라 시내 주요 관광지로 꼽히더군요.
1881년 세워진 고전적인 건물이 현대적인 빌딩과 이질감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시계탑 바로 앞이 자동차들이 지나는 대로라 인물을 넣고 예쁜 시계탑 사진을 찍으려면 길 건너 편 건물 2층 테라스를 추천합니다.
그런데 이쪽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지 우리 부부만 올라와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네요.
남쪽으로 두 블럭 더 걸어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삿포로 TV 타워와 오도리 공원.
삿포로 시민들의 도심 속 안식처 역할을 하는 이곳에는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 했는데 오도리 공원에서 삿포로 여름 마쓰리가 진행 중이더군요. 여름 마쓰리라고 하지만 이 곳의 기온은 23도 남짓했고 시내를 휘젓고 다녀도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고 시원한 날씨였습니다.
공원 한 족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맥주 축제 현장. 상당히 큰 규모였는데도 빈자리가 없더군요.
흥겨운 여름 마쓰리 분위기는 삿포로 시내 대표적인 아케이드 상점인 다누키코우지까지 이어졌습니다.
200개의 상점들이 모여있는 이 곳에는 삿포로 현지인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많이 볼 수 있었구요.
여름 휴가 기간이라 싸게 줄테니 드루와~ 드루와~ 라고 하는 듯..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아케이드 내엔 아직 활기가 넘치고 있었습니다.
7개 블럭에 걸쳐 이어져 있는 다누키코우지 아케이드는 대로 건너편으로도 이어져 있더군요.
삿포로 시내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스스키노에 도착.
건물마다 번쩍번쩍 화려한 네온싸인이 밤을 장식하고 있는 스스키노 사거리의 마스코트, 니카 위스키의 전광판이 인상적이더군요.
스스키노 사거리를 가로지르는 전차.
활기 넘치는 스스키노 사거리에서의 인증샷.
번쩍번쩍 건물 위 네온싸인들과 끊임없는 차량 행렬이 강남 한복판을 연상케 하더군요.
그런 와중에 사거리 남쪽 도로가 차량통제 되면서 보행자 전용 모드로 변신하더니 마쓰리를 위한 거리 공연과 간이 주점으로 가득차게 되는 진풍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늘어선 간이 주점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던 곳은 버니걸 복장으로 손님들을 이끌던 이 곳! 미녀 언니들의 미소에 아저씨들이 녹아나더군요.
그리고 우리 부부가 찾았던 곳은 삿포로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징기스칸 맛집 '달마'였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이 훨씬 지나 여유있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매장 안에는 웨이팅 인원이 주욱 앉아있더군요. 오른쪽 앉아있는 인원들이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는데 약 30분 정도 대기할 정도로 이곳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바 위에 구이용 화로가 줄지어 놓여진 징기스칸 요리집 달마. 바 안쪽의 아주머니들이 5~6개 정도의 화로를 담당하며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불관리를 해주시더군요.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착석!! 화로에 새 숯불을 넣고 고기 구을 준비를 합니다.
징기스칸 불판이 세팅된 후 먼저 양비계를 불판 꼭대기에 놓아 자연스레 비계 기름이 철판을 코팅하게 만든 뒤 엄청난 양의 양파를 투척하네요.
곧이어 양고기와 소스도 준비 완료.
고기와 함게 빠질 수 없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저는 기린 이찌방 생맥을 주문했습니다.
양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이지만 요 징기스칸은 너무 맛있다고 잘 먹더군요.
잘 구워진 양고기와 양파를 소스에 겉들여 먹으면 그야말로 행복 충만!!!
징기스칸 2인분을 순식간에 흡입하고 2인분 더!! 여기에 니카 하이볼을 추가하면서 흥취가 더해갑니다.
우리 마나님이 이번 홋카이도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라 꼽았던 징기스칸.
삿포로의 흥겨운 밤을 충분히 즐기며 휴가 첫 날 일정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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